네덜란드의 간척사업 풍차와 경제발전

 

 

풍차 역할과 간척사업

우리는 종종 어떤 국가나 민족에 대해 생각할 때 그 공동체를 대표하는 상징물을 떠올립니다. 상징물은 음식인 경우도 있고 물건인 경우도 있으며 특정한 장소에 경우도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풍차를 떠올릴 것입니다.  풍차가 네덜란드를 상징하게 된 이유는 간척사업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략 영토의 30% 정도가 해수면보다 아래 위치할 정도로 저지대에 속하는 네덜란드 지역에서는 중세부터 이미 물을 퍼내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풍차가 꼭 필요한 장치였습니다. 특히 네덜란드 지역에서는 15세기 이후로 여러 후 수로 점점 많은 물이 흘러들어와 각종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풍차는 호수의 물을 퍼내는 데 효율적이었습니다. 풍차를 이용해 물을 퍼내고 나면 해당 지역에는 새로운 농경지가 생기게 되었고 이렇게 생겨난 농경지는 기존의 토지보다 비옥했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앞다퉈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네덜란드에서 단순히 물을 퍼내는 것이 아니라 호수 자체를 농경지로 바꿔버린 첫 사례는 1533년 아크트메이르라는 호수에서 이루어졌으며 1600년 무렵이 되면 대략 19개의 호수 2470 헥타르 땅이 암스테르담 북쪽에 새로 간첩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한번 불붙기 시작한 간척에 대한 관심은 17세기에 이르러 풍차를 이용하는 기술력이 보다 발전하면서 더욱 높아졌습니다. 17세기 초에는 베임스터라는 이름의 호수를 간척하려는 시도가 벌어졌습니다. 이 호수의 크기는 7200 헥타르로 이전까지 간척을 시도한 가장 큰 호수 보다 12배 가량 넓은 크기를 자랑했습니다. 이처럼 큰 규모의 공사를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풍차 건설을 제외하고도 매우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비용은 약 1500명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공사가 끝난 이후 이 땅에서 생겨나는 이익을 돌려 받음으로써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7세기 초 동인도 회사가 탄생하고 네덜란드 지역에서 주식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간척 사업 역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금융 시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베임스터르 보다 큰 지역에 대한 간척사업도 19세기 말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에 시행된 하를레메르메이르 호수가 대표적입니다. 이 호수는 기존 호수 보다도 2배가 넘는 크기였기네 이전까지는 공사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했습니다. 17세기 중반부터 여러 기술자들이 공사를 위한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는 모두 시행되지 못한 채 구상에 머물렀습니다. 19세기가 지나면서 기존의 풍차 갖는 한계를 넘어서는 증기 펌프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공사는 가능해졌고 네덜란드의 왕이었던 빌럼 1세가 공사를 진행하기를 강력하게 원한 결과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대규모 공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이 나누어 지는 것처럼 1840년대 네덜란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왕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위원회를 소집하고 위원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의견이 제출된 때까지 위원회 해산과 재소집을 반복했습니다. 이때 공사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을 모아 필요한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공사이다 보니 그 이익을 염두하고 거부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공사가 끝난 후 새로 생겨난 토지의 대주주가 되었는데 이 간척 사업은 예상치 못한 치명적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공사 자체는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지만 이 지역에서 새로 농사를 짓게 된 농민들이 대지주의 소작농 으로서 매우 가혹한 조건에서 농사를 지어야 했던 것입니다. 소수의 대지주 들은 거의 아무런 법적인 제한도 받지 않은 채 소작농들을 착취할 수 있었습니다. 17세기의 공사가 금융시장의 발전 과 그 맥락을 같이 했다면 19세기에 공사는 규제 받지 않는 자본가들의 노동력 착취와 시대적 맥락을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