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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

다니엘서와 바빌로니아 역사

     

     

    바빌로니아

    기원전 7세기 중동 지방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시리아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중동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시리아는 잔혹한 공포정치로 그들이 지배 하던 여러 민족들을 탄압했고 이는 당연히 큰 반감을 샀습니다. 아시리아는 군을 파견해 제국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이 이기면 이길수록 더 많은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만큼 아시리아 에 대한 피지배 민족들의 증오심이 대단했던 겁니다. 이때를 이용해 나보폴라사르가 이끄는 바빌로니아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반란과 내전으로 약화된 아시리아에는 더 이상 반란을 제압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원전 612년 동쪽 메디아 왕국의 도움을 받은 바빌로니아는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를 차지했습니다. 아시리아의 잔여세력이 저항을 이어갔지만 얼마 못가 아시리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기원전 605년 나보폴라사르가 사망하자 그의 아들 네부카드네자르가 왕위에 올랐는데 그는 성경에서의 이름인 느부갓네살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아시리아의 영토를 거의 고스란히 물려받은 바빌로니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서쪽 시리아와 유다 왕국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587년 7월 29일 약 18개월의 포위 끝에 바빌로니아는 유다 왕국의 수도인 예루살렘을 점령했습니다. 유다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던 시드기야는 눈앞에서 자신의 두 아들이 처형 당하는 걸 목격해야 했고 두 눈이 뽑힌 채 바빌론으로 끌려갔습니다. 유다 왕국을 완전히 멸망시켰기 때문에 네부카드네자르와 이 시기 바빌로니아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은 성경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유물로 발견되는 토판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지만 대게는 단편적인 정보들뿐이고 역사의 아버지로 알려진 헤로도토스 마저 바빌로니아를 아시리아로 혼동하는 등 다소 오류가 있는 편 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이 시기 많은 유다 사람들이 바빌로니아로 끌려갔는데 네부카드네자르는 그들 중에서 용모가 아름답고 지혜로운 소년들을 뽑아 바빌로니아의 학문과 언어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소년들 중에서도 유독 왕의 총 애를 받은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다니엘이었습니다.

     

    다니엘

    어느 날 네부카드네자르는 꿈을 꿨는데 그 꿈으로 인해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이 됐습니다. 곧이어 왕국의 점쟁이들과 마술사들 그리고 점성 술사들을 불러 모은 그는 그가 꾼 꿈을 해석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왕은 이들이 거짓으로 해몽을 꾸며낼 거라 생각해 자기가 무슨 꿈을 꿨는지도 알아맞히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제대로 대답 하지 못하자 그는 바빌론에 있는 모든 지혜자들을 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지혜자 명단에는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의 이름 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한 다니엘은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밤 다니엘은 환상을 통해 왕이 꾼 꿈의 내용과 그 뜻을 알게 됐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를 찾아간 다니엘은 그가 꿈에서 본 것이 크고 빛나는 신상이었다 고 말했습니다. 다니엘은 그 신상의 머리가 순금이었고 가슴과 팔은 은으로 배와 넓적다리는 놋으로 그리고 종아리는 철로 만들어졌고 가장 밑에 있는 발은 철과 진흙 이 섞여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손대지 않은 돌이 날아 와서 철과 진흙이 섞인 발을 쳐 부서뜨리자 산산조각 난 우상은 바람에 불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 고 우상을 친 돌은 큰 산이 돼 온 세상에 가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니엘은 이 꿈을 풀이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이여 왕은 열왕의 왕이시라 하늘의 하나님이 나라와 권세 와 능력과 영광을 왕에게 주셨고 인생들과 들짐승과 공중의 새들 어느 곳에 있는 것을 무론하고 그 것들을 왕의 손에 붙이사 다 다스리게 하셨으니 왕은 곧 그 금머리 니이다. 왕의 후에 왕만 못한 다른 나라가 일어날 것이요 셋째로 또 놋 같은 나라가 일어나서 온 세계를 다스릴 것이며 넷째 나라는 강하기가 철 같으리니 철은 모든 물건을 부서뜨리고 이기는 것이라 철이 모든 것을 부수는 것 같이 그 나라가 뭇 나라를 부숴뜨리고 빻을 것이며 왕께서 그 발과 발가락이 얼마 는 토기장이의 진흙이요 얼마는 철인 것을 보셨은즉 그 나라가 나누 일 것이며 왕께서 철과 진흙이 섞인 것을 보셨은즉 그 나라가 철의 든든 함이 있을 것이나 그 발가락이 얼마 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인즉 그 나라가 얼마는 든든하고 얼마는 부숴질 만한 것이며 왕께서 철과 진흙이 섞인 것을 보셨은즉 그들이 다른 인종과 서로 섞일 것이나 피차에 합하지 아니함이 철과 진흙이 합하지 않음과 같으리이다. 이 열왕에 대해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시리니 이것은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도 아니할 것이요. 도리어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다니엘의 해몽이 맞는다면 바빌로니아에 이어 등장한다는 세 나라가 페르시아와 알렉산더 대왕의 그리스 로마제국을 의미한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철과 진흙 이 섞였다는 신상의 발은 로마와 게르만족이 섞이는 걸 의미하며 열 개의 발가락은 열국으로 나뉜 그 이후의 시대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다니엘의 해몽에 크게 만족한 네부카드네자르는 그에게 많은 하사품을 내리면서 그를 바빌론 온 지방을 다스리는 높은 관직에 앉혔다고 합니다. 다니엘은 이후에도 많은 예언을 기록했는데 그 중에서 이후 역사 흐름에 대한 흥미로운 예언이 있습니다. 다니엘이 엘람 지방 수사에 머물고 있을 때 환상을 통해 숫양 한 마리를 봤습니다. 숫양은 두 뿔을 가졌는데 그중 한 뿔이 다른 뿔보다 길었습니다. 숫양은 사방으로 날뛰면서 힘을 자랑 했지만 숫양을 당해낼 짐승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서쪽에서 숫염소가 나타났는데 그 염소의 두 눈 사이에는 큰 뿔이 나 있었습니다. 염소는 무서운 기세로 숫양에게 달려가더니 그  두 뿔을 꺾었습니다.

     

     

    하지만 숫양은 염소를 이겨낼 힘이 없었고 염소는 마음대로 숫양을 짓밟 았습니다. 숫양을 처리한 염소는 계속해서 강해졌는데 한창 강성 할 때에 그 큰 뿔이 꺾였고 그 자리에 네 개의 뿔이 사방으로 자라났습니다. 다니엘이 이 환상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고 있을 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두 뿔 가진 숫양은 곧 메대와 바사 왕들이요 털이 많은 숫염소는 곧 헬라 왕이요 두 눈 사이에 있는 큰 뿔은 곧 그 첫째 왕이요. 이 뿔이 꺾이고 그 대신에 네 뿔이 났은즉 그 나라 가운데서 네 나라가 일어나되 그 권세만 이 후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 예언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가브리엘의 말 처럼 숫양의 두 뿔 중에 더 긴 뿔이 상징하던 페르시아는 짧은 뿔에 해당하는 메디아를 차지한 후에 그 영토가 중앙아시아와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까지 달하는 대제국 을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등장하는 숫염소는 그리스의 왕을 의미했고 숫염소의 눈 사이에 난 큰 뿔은 알렉산더 대왕을 상징 했습니다. 환상에서처럼 그는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한창 세력을 넓히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에 마케도니아가 네 개로 갈라진 것 까지 환상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 했습니다. 하지만 다니엘이 활동 했던 때는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나기 대략 200년 전인 기원전 6세기 였습니다. 그 당시 그리스는 변 방의 약소국에 불과했고 그런 그리스가 세상을 정복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니엘서가 사실은 기원전 6세기 보다 훨씬 후대에 쓰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비평가들이 내세우는 첫 번째 근거는 다니엘서에 기록된 언어입니다. 다니엘서는 유대인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당시 공용어 였던 아람어로 기록됐고 15개의 페르시아 단어와 그리스 단어도 등장합니다. 비평가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정복하기 전인 기원전 6세기에 벌써 그리스어가 바빌로니아에서 쓰이는 건 불가능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다니엘서에 쓰인 아람어가 기원전 2세기에나 사용된 아람어라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또 다른 근거는 다니엘서에서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으로 소개되는 벨사살 입니다. 비평가들은 다니엘서 외에는 벨사살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벨사살은 허구의 인물이며 결국 다니엘서도 날조라는 겁니다. 하지만 다니엘서가 정말로 기원전 6세기에 쓰였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니엘을 옹호하는 이들은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아람어가 기원전 6세기에도 쓰였을 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쓰인 고급 아람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다니엘서 에 등장하는 그리스어 단어가 단 4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모두 악기 이름이라는 걸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커피라는 단어를 쓸 때 알파벳으로 쓰지 않고 한글로 쓰듯이 다니엘 서에 쓰인 건 그리스어가 아니며 그리스 단어를 소리나는 대로 아람어나 히브리어로 바꿔 썼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터키가 한국을 지배한 역사가 없음에도 우리가 커피를 커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당시 그리스가 중동을 지배한 적이 없음에도 바빌로니아에서 그리스 악기를 그리스 이름으로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겁니다. 옹호자들은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페르시아 단어들이 다니엘 서가 기원전 6세기에 쓰였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15개의 페르시아 단어들 중 6개의 단어가 기원전 330년 이후에는 사라진 단어들이며 15개의 페르시아 단어 모두 기원전 6세기에 쓰였던 고대 페르시아어에 해당했다는 겁니다. 이들은 또 벨사살이 허구의 인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나보니두스 원통을 반대되는 증거 로 제시했습니다. 흔히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은 나보니두스로 알려 졌습니다. 그런데 1853년 발견된 이 원통에서 나보니두스가 벨사살에게 왕권을 위임한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벨사살이 실존했다는 사실이 입증 됐습니다. 그리고 다니엘서가 언제 쓰였는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성경의 진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주제이기도 합니다